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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고요한 발정기

고요한 발정기

SILENT ESTRUS



수인이라면 으레 발정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특히 처음으로 발정기를 겪을 때 그들은 이성이 날아가 버린다. 본능적인 욕구만 남은 동물처럼 무언가를 갈망하다 사고를 치기 다 반수였다. 그렇기에 집안이 엄격한 수인들은 혼성 고등학교에 가지 못하기도 했다. 발정기가 오지 않은 수인들은 예민하게 첫 발정기 기간이 찾아오는 그 때를 기다리곤 했다. 조금이라도 낌새가 느껴지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고요한은 아직 발정기가 찾아오지 않은 수인 중 하나였다. 그는 발정기라는 것이 미개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까지 진화했어도 결국 몸에 남아 있는 짐승 유전자를 버리지 못해서 이렇게 본능에 지고 만다니.

인간의 이성을 지워버린다는 점에서 발정기는 두려운 것에 가까울지도 몰랐다.

고요한은 종종 학교나 공공장소에서 발정기가 시작된 사람들의 불행한 최후를 들은 적이 있다. 경찰서로 잡혀가는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질 나쁜 이들에게 걸리면 그가 발정기라 애원했기 때문에, 라는 이유로 강간이 정당화되곤 했다. 상담센터도 그다지 도움이 안 되긴 매한가지였다. 뉴스에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수인이 길 가다 첫 발정기가 시작되어서, 발정기를 예상하지 못해서 성폭행 당했고 범죄자들은 몰랐다는 핑계로 쉽게 쉽게 넘어갔다. 그리고 피해자가 되는 것은 어린 남자 수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것은 학교에서 시작되었다. 온 몸이 저릿저릿한 느낌, 숨이 막히고 몸에 열이 오르는 느낌……. 하아―…. 한숨처럼 입에서 막지 못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수업 시간 도중이었다.

‘감기인가?’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흘끔흘끔 그를 보고 있었다.

‘뭐지…. 왜 자꾸 쳐다보는 거야.

고요한은 주목을 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랫배 쪽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배 위에 손을 얹고 그는 고개를 숙였다. 결국 옆 자리의 짝이, “야. 너 어디 아파?” 하고 물어본다.

“응…. 몸이 좀. 보건실…… 가야 될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며 요한은 주위를 살폈다. 아, 선생님마저 이상한 눈빛. 그렇다면 이것은 첫 발정기인 것일까…? 또래보다 늦게 찾아온 발정기. 내가 첫 발정기를 겪고 있는 거면 어떡하지, 저 눈빛들… 고양이 수인인 요한을 가소롭게 보고 대형종들이 금방이라도 깔아뭉갤 듯이 쳐다본다. 저 오만한 눈빛! 요한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발정기의 소형종 수인을 유린하는 건 굳이 욕정이 아니더라도 괴롭힘으로써 자주 있는 일이었으니까…. 진학고인 천관고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은 없었지만, 굳이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요한이 손을 들고 선생님에게 떠듬떠듬 말했다.

“서, 선생님. 저 몸이 안 좋아서… 보건실을.”

“어어…? 그래, 가. 당장 가라, 야.”

악어 수인인 수학 선생은 안쓰러운 얼굴로 단박에 허가했다. 그도 단박에 눈치 챘을 것이다. 발정기라는 것을……. 얼굴이 붉어지고 땀이 조금씩 흐른다. 열이 오른 그 얼굴은 확실히 예쁘장하게 생긴 편이다… 수컷들만 잔뜩 모인 천관고에 딱히 도움이 될 법한 얼굴은 아니다. 요한은 제 외형을 저주했다. 고양이 수인이란 걸 딱히 싫어하진 않는다. 다만… 좀 더 남자다웠다면. 좀 더 근육도 잘 붙고 덩치도 컸다면…

비척비척, 요한은 일어서서 보건실로 향했다. 가는 중간 중간 마다 머리가 띵했다. 복도 벽을 짚으며 요한은 보건실로 향했다. 일단 발정기라고 판명되면, 첫 발정기이니까 그는 양호실에 준비된 다른 방에 격리되거나, 아니면 바로 집으로 가야 했다. 하필 학교에서 발정기가 시작되다니… 집에 있었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요한은 시큰거리는 눈가를 문질렀다. 열이 과도하게 오른 나머지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보건실까지는 멀지 않았다. 보건 선생님은 다행히도 상주해 있었고, 요한은 금방 발정기라는 진단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수인의 첫 발정기는 보통 사흘 정도이다. 이틀째가 가장 심하다. 종에 따라, 발정기가 없는 수인도 있다. 첫 발정기 때는 본인의 정신을 컨트롤하기 어려우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컨트롤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청소년기의 발정기 때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책에서 읽었던 구절을 떠올리며 요한은 한껏 예민해진 몸을 움츠렸다. 보건실에 갔다 반에 들어갈 때 종이 울렸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인 것이다. 악어 선생이 교실 밖으로 나감과 동시에 요한은 뒷문으로 들어갔다. 학생들은 아직 제 자리에 앉아 있다. 요한을 바라보는 표정은 아무리 봐도 발정기라고 확신한 것 같았다.

그래, 그래. 맘대로들 생각해라. 반에 친한 친구가 없는… 그러니까 조용한 모범생 타입(세간에서는 그것을 ‘아싸’라고 불렀다)인 요한에게 쏟아지는 관심이었다. 뭘 봐, 젠장. 이 나이에 발정기 겪는 수인 처음 봐? 너희는 다 중학교 때 겪은 모양이지?

“야, 너. 발정기지.”

양아치같이 생긴 놈 하나가 시비조로 물어본다. (실제로는 그저 궁금해서 물어본 것에 불과했다. 요한은 예민한 상태였다) 대형종…. 퓨마 수인이다. 평소부터 띠꺼운 말투로 옆에서 말 걸던 새끼가……(실제로는 그저 친해지기 위해 말을 건 것에 불과했다). 매번 이상한 거나 물어보고, 싫은 티를 내면 그만 질문해야지(그저 요한과 친해지기 위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본 것에 불과했다)!

“아니, 감기야.”

부러 강경한 태도로, 요한은 그렇게 쏘아붙이고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교실 문을 나섰다.

[주형아, 미안. 나 아파서 조퇴해.]

주형에게 이런 문자를 남기고.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렸다. 적당한 거리였다. 주형과 같이 걸어가다 보면 남자 고교생의 보폭을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이런저런 이야깃거리 때문에 20분 정도 걸리곤 했다. 그러나 그냥 학교 앞 정류장에 오는 버스를 타고… 10분도 안 되어 요한은 집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제 방 문을 잠구고… 침대 위에 웅크렸다. 이불을 덮을 생각은 없었다. 열이 오르고 있었으니까…….

열이 너무 많이 오르면 몸이 춥게 느껴졌다. 요한은 덮지 않았던 이불을 끙끙거리며 끌어 와 제 위로 덮었다. 아, 엄마한테 알려야 하는데……. 집에 돌아오시면, 말하지 뭐. 괜찮을 거야. 고양이 수인의 발정기는 조금 예민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고, 그 중에는 발정기 때 그냥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나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지독한 감기, 그래. 지독한 감기를 앓는 듯 했다. 감기와 다른 점은 단 하나……. 제 아래가 터질 듯이 부풀어서, 미친 듯이 타인의 온기를 갈망한다는 것. 그렇다면 이것은 열병일까?


“고요한? 걔, 조퇴했는데.”

문자를 받고 요한의 반에 찾아간 주형은 지나가던 아무 반 애나 붙잡고 물었다. 의아한 듯 주형을 바라보던 학생은 이내, “아. 네가 걔 친구구나~! 1반 반장!” 하고 알아차렸다. 아프다니 감기약이라도 사 가야 할까. 학교를 조퇴할 정도면 많이 아플 텐데……. 걱정이 되어, 주형은 요한의 책상을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쓸어내리고 있었다. 주형은 자신이 보낸 문자를 떠올렸다.

[많이 아파? 병원은 갔어? 요한아, 집에 갈 때 뭐라도 사 갈까? 죽 필요하면 말해.]

그러나 요한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 요한이 바로 답장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정말로 아프기 때문이겠지.

주형에게 요한의 상태를 얘기 했던 학생은 묻지도 않았는데 술술, 다른 얘기도 하기 시작했다.

“근데 걔 아파서 조퇴한 거, 감기라고 하긴 했는데 첫 발정기 같더라.”

“……발정기?”

“아 걔가 말 안 해줬어? 갑자기 얼굴도 붉어지고……. 넌 친구니까 알 거 아냐, 걔 발정기 겪었었대?”

아니. 아니었다. 주형이 알기로, 요한은 발정기를 겪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주형은 대답하지 않았다. 요한에 대해서 굳이 얘기해주고 싶지 않았다. 무뚝뚝하게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하고 대답한 주형을 살짝 이상하게 쳐다본 요한의 클래스메이트는(지금 보니 아마도 이 반의 반장인 듯 했다) “뭐, 병문안이라도 가게? 그럼 이것도 전해 줘. 내가 전해 주기는 좀 귀찮아서…….” 하며 주형에게 요한이 조퇴한 사이에 쌓인 유인물을 건네줬다.

그런가, 발정기……. 주형은 이미 중학생 때 겪었던 일이다. 발정기 때, 주형은 요한을 생각하며 자위했었다. 그때 그는 제 마음을 깨달아 버렸다. 어느 의미에선 발정기가 그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운 셈이다.

상상하지 않으려 해도 갑자기, 주형은 발정기를 겪고 있는 요한을 상상해 버렸다. 몸을 바르작대며 이불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을까? 아니면 옷을 전부 벗고 끓어오르는 욕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울고 있을까. 그러다 마침내 상상 속의 요한이, ‘주형아, 나……. 도와 줘…….’ 하고 애원하는 얼굴을 했을 때, 주형은 요한이 알 수 없는 제 상상을 애써 지우려 들었다. 요한이는 날 친구로만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넌 뭐냐? 거기서 길막하지 말고 꺼져.”

상념을 깨트린 건 다른 이의 목소리였다. 주형은 저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았다. 대형종…… 꼬리 모양을 보아하니 아마도 고양잇과 수인이다. 요한이 종종 투덜댄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같은 반에 퓨마 수인이 있는데, 옆자리에서 자꾸 시비를 걸어서 무섭다고. 자연스레 주형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는 말없이 자리를 비켰다.

“…….”

“근데 넌 우리 반도 아닌 것 같은데 왜 거기서 그렇게 서성거리고 있는 거야? 고요한한테 볼 일 있어?”

시비조로, 퓨마 수인이 물었다. 확실히 요한이 오해할 수 있는 말투다. 그러나 주형은 단박에 그저 이 퓨마 수인의 평소 언어습관이 이렇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동시에 요한에게 시비를 거는 것 보다 관심을 보이는 것이 자신에게 있어서 더 위험하다는 사실도 알아차렸다.

“……내가 요한이 소꿉친구라서, 유인물 전해 주려고.”

소꿉친구를 강조하며 주형은 유인물을 책상에 탁탁 내리치며 깔끔하게 정리했다.

“아, 그래? 내가 갖다 줄까 했더니.”

퓨마 수인이 아쉽다는 듯 제 뒷머리를 긁었다. “발정기 같길래.” 그렇게 툭 내뱉고 퓨마 수인은 하품을 내쉬더니 자기 자리로 사라졌다.

요한아, 네가 반에 친구가 없는 건 맞는 것 같아. 이상한 놈만 꼬이고 있었구나. (이 때 이후, 퓨마는 주형에 의해 요한과 친구가 될 기회를 번번이 놓쳐야 했다.)


해소되지 않은 욕구에 대한 욕망보다 머리부터 온 몸 전체에 오른 열이 문제였다. 체온이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가자 몸은 정신을 픽, 놔 버렸다. 그렇게 고요한은 설핏 잠이 들었다. 번뜩 눈이 떠진 건 벨소리 때문이었다. 단호한 벨소리. ……누구지? 그렇게 생각하며 고요한은 오들오들 떨리는 몸에 검은 후드집업을 걸쳐 입고 현관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벨소리는 두어번 정도 더 울렸다. 그러나 벨소리조차 성급하지 않았다. ……주형이일까? 요한은 현관문의 문고리를 잡고 문을 살짝 열었다. 역시 주형이었다. 황금빛 눈동자를 마주하기 위해 요한은 살짝 고개를 들었다.

“주형아. ……어떻게, 아니. 왜 왔어?”

주형은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요한이 문을 아주 조금만 열었으니까. 아니, 아니야. 이렇게 밖에 세워 두는 건 좋지 않아……. 일단 들어오라고 하는 편이 좋을까. 요한이 문을 활짝 열려던 찰나 주형이 복도에서 문 안으로 손만 내밀었다.

손에는 약국 봉지가 걸려 있었다.

“요한이 네가 아프다고 해서. 문자 줬잖아. 혹시 약 먹었어?”

“……아니. 약국 들리는 걸 깜빡해서…….”

주형은 ‘발정기’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를 배려하는 것이겠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눈빛으로, 주형은 “자.”라며 재촉했다. 받으라는 듯이 계속 내밀고 있는 손에 요한은 머뭇거리며 비닐봉지를 받았다. 손에 걸린 비닐봉지를 옮기며 스치는데, 주형의 손과 닿은 부위가 타는 듯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요한은 제 손을 등 뒤로 숨겨야 했다.

비닐봉지는 묵직했다. 약 뿐만 아니라 죽까지 들어 있었다.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갖다 줄 줄은 몰랐던 탓에 당황한 요한이 말을 흐렸다.

“안 사와도 되는데…….”

“대충 약이랑……. 쿨링 시트랑, 해열제도 샀어. 이건 죽이고. ……일단 발정기 완화약에도 해열 효과가 있긴 하지만, 열이 너무 많이 나면 발정기 완화약이랑 해열제 두 개 같이 먹어도 된대.”

주형이 낮은 목소리로 담담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그 눈빛을 보는 요한은 당장이라도 그와 몸을 부딪치고 싶었다. 몸이 닿고 싶었다. 몸을 섞고 싶었다……. 제가 그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감정은 너무나도 발정에서 유래한 것이기에,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지금 이렇게 자신을 걱정하는, 소꿉친구로서의 선의에서 우러나온 행동을 볼 때 더욱 그랬다. 주형의 눈빛이 자신을 꿰뚫어보는 것 같다. 발가벗겨지는 것 같다. 발정 난 고양이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보듯이…….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지는 듯 했다.

요한이 고개를 숙이고(그의 고양이 귀가 축 쳐져 있는 모습을 주형은 위에서 고스란히 내려볼 수 있었다)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심장소리가 귓가에 들릴 정도로 쿵쿵 뛰었다. 요한은 이게 발정기라서 일지 아니면 주형의 따뜻한 친절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이라도 문을 닫지 않으면 통제를 벗어난 제 몸이 주형의 몸을 확 끌어안아 버릴까 봐 두려웠다.

“아, 그리고 이건 학교에서 너한테 주라고 한 유인물이야. 내가 대신 받아 왔어.”

“그, 우리 반에 갔어?”

“응. 너희 반 반장이 주던데.”

“그건 안 줘도 되는데. 이 모범생.”

요한이 그렇게 말하며 부스스 웃었다. 하지만 문을 계속 이렇게 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들어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제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기에, 우물쭈물 거리며 요한이 말했다.

“근데 주형아. 나……. 너한테 들어오라고 말 하고 싶은데,”

“괜찮아, 요한아. 나 지금 돌아갈 거야.”

“……안 들어올 거야?”

반 쯤 들어오면 어떡하지 하는 눈을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모순적인 눈빛으로 요한은 주형을 올려다보았다. 그 표정에 순간 주형의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수인들의 발정기에 함부로 몸을 맞닿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약 잘 먹고, 몸조리 잘 해. 선생님한테는 내가 말씀드릴게.”

“……응…….”

요한이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현관문을 닫았다.


수인들의 발정기에 함부로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은 위험하다. 같은 핏줄이라면 모를까 다른 핏줄이라면, 특히나 발정에 예민한 고양잇과 수인이라면 더더욱……. 주형은 그것을 알고 있기에 선을 넘지 않으려 했다. 선을 넘은 것은 오직 약과 죽이 들어 있는 봉지를 건네준 손 밖에 없었다. 만약 그 자신이 참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면 들어가서 요한의 몸을 닦아 주고 물수건을 올려 줬을 수도 있었다. 요한의 얼굴은 매우 붉어 있었고 풀린 눈이며 축 쳐진 몸이 한 눈에 봐도 아파 보였으니까.

그러나 동시에 그로 하여금 음습한 감정이 들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집에 가면 아무래도, 그는.


요한이 신음을 참으며 제 것을 만져 댔다. 주형과 닿았던 손이었다. 주형아……. 주형아, 주형아. 속으로 그의 이름을 여러 번 부른다. 자신을 걱정하던 표정, 낮게 울리던 다정한 목소리. 스치듯 닿았던 그 체온, 그 향. 단단하고 너른 품. 닿는다면, 이어진다면…….

이건, 지금 내가 너를 원하고 있는 건 정말로 발정기 때문일까.

끙끙대는 소리만 아무도 없이 텅 빈 집에 울려 퍼진다. 하지만 고요한은 알 수 없었다. 그의 심장 소리며, 주형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터질 것 같이 울려 대고 있었으니까.

고요하지 않은 발정기였다.




퓨마 수인 : 진짜 그냥 친구가 되고 싶을 뿐(억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