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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대체 불가





주형이가 죽었다.

흔한 음주운전 교통사고였다. 나는 소고기무국을 끓이고는 언제 쯤 돌아올까, 하며 앞치마를 푸르던 중이었다. 오늘따라 늦네……. 전화해볼까, 하며 핸드폰을 잡는 순간. 응급실에서 전화가 왔다. 겉옷도 입지 않고 정신없이 달려갔다. 산소 호흡기를 찬 채로 주형이가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의사는 뭐라뭐라 소리 지르며 제세동기를 켰다.

그렇지만 그 심장이 다시 뛰는 일은 없었다. 의사가 사망선고를 내렸다.

눈앞이 새까매졌다. 몸에 힘이 풀려 쓰러졌나 보다.

 

그 뒤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드문드문, 제대로 거동하지도 못하는 나를 누가 잡고 장례식을 치뤘다. 상복을 입고 멍하니… 멍하니 영정사진만 바라봤다. 주형이는 미미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내가 다시 저 미소를 볼 수 있을까. 없을 거 아냐.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심장이 땅으로 꺼져 버리는 것 같았다. 시체가 관에 들어갈 때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정신을 잃었던가, 기억이 사라졌던가. 암전된다.

눈물이 미친 것처럼 계속 흘렀다. 어느 순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다, 억울해서 몸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듯이 울음이 터져 나왔다. 왜, 왜 하필 주형이어야 했는데? 다른 사람들 많잖아. 왜 하필 죽는 게 주형이어야 했는데…. 그냥 차라리 날 데려가……. 날 데려가라고. 악 쓰면서 울어댈 힘도 없어서 조용히 그렇게 중얼거리자 가족들이 정신 차리라며 등을 토닥였다. 난 아주 말짱하게 제정신인데.

가슴이, 가슴이… 심장이 너무 아파서, 그래서 퍽퍽 소리가 나도록 주먹으로 치다가 정말 가슴에 멍이 들었다. 그냥 차라리 죽고 싶었다. 그냥, 그냥 나도 따라 죽으면 되지 않을까. 집에 돌아왔는데 다 쉬어 버린- 그날 주형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끓였던 소고기무국을 버리지도 못하고 부여잡고 또 울었다.

주형아.

네가 없어서 너무 힘들어, 살 수가 없어. 너무 아파. 숨 쉴 때마다 너무 아파.

어리광부리고 싶었다. 품에 안겨서 쓰다듬어 달라고, 아팠으니까 달래 달라고… 그럼 다정한 손길로 보듬아 줬을 텐데. 그랬을 텐데.

텅 빈 집에서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 고요한 집 안이 두려웠다, 아무도 없는 집 안이 나를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침대에 엎드려서, 남아 있는 주형이의 향을 맡았다. 그 향도 서서히 희미해졌다.

이게 죽어간다는 걸까. 서서히 죽어가는 걸까. 그럼 주형이 너랑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간신히, 도저히 죽어지지가 않아서- 필수적인 활동을 해야 할 때 집을 거닐다 보면, 그럼 주형이가 남겨놓은 흔적에 또 무너져 내렸다. 그냥 어디를 가든 그랬다. 냉장고를 열어도, 식탁에 앉아도, 책장을 봐도. 집 밖에 나가 산책로를 걸어도…. 마트에 가도……. 그 모든 일상에 주형이가 있었기에 그 모든 일상이 무너졌다.

죽어가지 못해 살아가는 나날이었다. 울다 지쳐 자고, 자고 일어나서 멍하니 다시 가만히 앉아 있다가― 다시 울다가, 정신을 잃고, 다시 깨어나서 멍하니 창문 밖을 보다가 순간 뛰어내릴까 하고.


그런 하루하루가…. 얼마나 흘렀을까.

택배가 왔다.

시킨 적 없는 택배.

 

거대한 택배는 택배기사가 직접 거실에 내려놓았다.

거대한 수조 안에는 웅크리고 있는 알몸의 인형이 있었다.

마치 사람 같은, 최신형 안드로이드.

그건― 그것의 조형은―…….

주형이었다.

 

처음에는 반품하려 했다. 안드로이드는 맞춤제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형이를 잃은 내가 너무 죽어버릴 것 같아서, 형이 주문을 넣었다고 했다. 널 살리기 위해서라며 시댁에서도 동의했다고.

나는… 이런 쓸모없는 짓 하지 말라고, 주형이는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고 소리를 질러 댔다. 형은 그럼 반품하라고 했다. 대신 그건 특별 주문 제작이라 반품하면 곧바로 폐기 처분될 거라고.

순간 말을 할 수 없었다.

주형이가― 주형이를 닮은, 이 로봇이.. 폐기처분 되는 상상에 산소 호흡기를 단 주형이가 오버랩됐다.

 

……그건 싫지? 그러니까 한 번 전원이라도 켜 봐.

기동어는 보고 싶었어, 주형아. 야.

 

형이 속삭였다. 악마의 속삭임 같았다.

미친 새끼. 단 한 번도 도움이라곤 안 되고 날 엿 먹일 생각밖에 없던 나쁜 형. 하필 기동어도 그딴 거라니.

그래도 얘를 이렇게 둘 순 없겠지. 적어도 스스로 이동해서 창고 안에 앉아 있으라고 하고 전원을 끌 생각이었다.

 

…보고 싶었어. 주형아….

 

천천히 내뱉은 말에 주형이를 닮은 그 안드로이드가 눈을 떴다.

반짝이는 금안, 나를 향한 다정한 눈빛. 천천히 일으켜서 아무 말 없이 날 끌어안는 그 행동에 차마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나는 안겼다. 그 행동이 너무 살아있는 주형이 같아서.

그 짧은 시간이 마치 주형이가 돌아와서 날 끌어안아 준 것 같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제 정신이 들었다. 나는 안드로이드의 가슴을 밀어냈다. 밀어내지지 않았다.

 

“뭐 하는 짓이야……!”

“요한아. 보고 싶었어……. 요한아. 요한아…….”

 

눈물이 또 흐를 것 같았다.

빌어먹게도― 목소리까지 똑같았다. 그 낮고 다정한 톤, 까지. 내 이름을 낮게 중얼거리며 내 목에 얼굴을 묻으며 날 끌어안는 것까지. 애달프게 몇 번이고 날 부르며 끌어안은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 까지.

전원을 꺼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그럼 이 안드로이드가 영원히 잠들어 있을 것 아닌가. 주형이의 얼굴, 주형이의 몸, 주형이의 목소리― 주형이를 꼭 닮은 이 쇳덩어리가…… 지금 날 끌어안고 있는 이 다정한 주형이가.

그래서 나는 그 안드로이드를 돌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다분히 충동적인 선택이었음을 인정한다.

 

처음엔 모든 것이 고까웠다.

저건 기계 주제에 주형이를 흉내 내고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트집 잡을 생각뿐이었다. 며느리를 내쫓을 생각만 해 대는 시어머니처럼(막상 난 시댁에서 그런 일을 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깔끔하고 각 잡히게 빨래를 개는 거랑, 실은 나보다 한식은 더 잘 하는 거, 오랫동안 먼지가 쌓인 서재를 깨끗하게 정리해 놓은 것.

이 정도는 가사도우미 로봇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흠 잡을 수 없었다. 심지어 주형이가 도맡아서 하던 화장실 청소까지 깨끗하게 끝낸 상태였다.

그러고 나서는…. 뿌듯해하다가, 소파에 척척 걸어가 앉아서, 그 안을 본 내가 감탄하거나, 칭찬하거나 혹은 불러주기를. 그걸 기다리며 꼬리를 흔들고 내심 귀를 이쪽으로 향해 있는 것 까지 똑같았다.

그래서 차마 말 할 수 없었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뿐이었다. 귀가 축 처지는 것이 가엾다. 그렇지만, 저건 기계라고 되뇌인다.


잘 때도 무의식중에 같이 잘 뻔 했다.

알고 있었다, 그 기계는 주형이의, 내 기억을 모조리 넘겨받았으니까 그저 입력된 데이터대로- 본인이 늘 자던 곳에서 자려고 했을 뿐이란 걸.

그렇지만…. 나는 축객령을 내뱉었다.


“나 혼자 잘 거야. …넌 작은 방에서 자. 거기도 침대 있으니까.”


도저히 주형이와 함께 눕던 침대에서 저 기계와 함께 잠들 수 없었다. 그건 주형이한테 너무 미안하잖아. 난 널 그렇게 대체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면 주형이는―― 아니 그 기계는, 슬픈 눈을 한다. 표정과 목소리는 받아들이겠다는 듯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응. …알겠어.”

 

시무룩한 기색도 없이 나가려다가, 이쪽을 향해 걱정스러운 얼굴로 돌아보고서는.

 

“그래도……. 잠이 안 오면 불러, 요한아.”

 

…왜 그렇게까지 똑같은 건데? 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냥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날 요한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아니, 부르더라도 그렇게 똑같이 부르지는 말라고 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 때문에 빌어먹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 눈만 깜빡이다가, 이제는 완전히 냄새가 날아가 버린 이불을 만지작거렸다. 그 기계는 잠들어 있을까. 아니, 안드로이드도 잠이 드나? 잠이 안 오니까 잠깐 거실에라도 나가 볼까. 소파에는 아직 주형이의 온기가… 향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잖아.

소파에는 주형이가 앉아 있었다.

 

“아. 요한아.”

 

아니, 그 기계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곳을 올려다본다. 내가 방금 저걸 주형이라고 생각했나? 정말로? 날 보자마자 왜 꼬리를 그렇게 흔드는 건데. 그러지 마.

 

“네가 잘 못 잠들 것 같아서. …난 잠을 자지 않게 설계되어 있고. 그래서 여기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어.”

 

본인이 기계라는 것을 내뱉는 것조차 덤덤하다.

 

“자리가 조금 따뜻해졌으면 좋겠는데. 넌 잠이 안 오거나… 내가 안 들어오면 소파에서 잠드니까.”

 

그런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주형이를 기다리다가, 소파에서 몸을 모으고 잠든 적이 많긴 했다. 그 때는 기다리는 것도 즐거웠다. 그러다 잠들면 주형이가 어느 새 침대에 옮겨 놨는데.

이리 오라는 듯, 주형이가 덤덤히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저기 무릎을 베고 누울까. 아니면 어깨에 기댈까. 그것도 아니면 주형이보고 엎드려 누워 보라고 하고 그 위에 엎드릴까. 고등학생 때부터 우리 집 소파에서 저렇게 진창 붙어 있었는데. 주형이가 죽고 나서는 저럴 수 없었다. 그냥… 소파에 앉아서 주형이가 자주 앉는 자리의 가죽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그렇게 허망했는데.

홀린 듯이 그 옆에 앉았다. 서늘한 체온이 느껴진다. 주형인 뜨거웠건만. 그래도 단단하고 너른 품이 똑같았다.

 

“여기 누워.”

 

순순히 눕는다. 주형이다. 주형이가 나보고 누우라고 하고 있어. 혹시 안드로이드는 그냥 내 환각일까? 진짜 주형이가 살아 돌아와서 나보고 누우라고 하는 걸까. 불면증이 날 미치게 했나, 아니면 이건 꿈일까.

머리카락과 등을 천천히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진다. 어두컴컴한 거실에서…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주형아, 최주형.

나 어떡해? 이건… 이건 진짜 네가 아니잖아.

빨리 돌아와, 이런 걸 너라고 생각해버리고 말아.

이 로봇한테 위로를 받아 버려.

네가, 네가― 그리워.

네가 없어서 죽을 것 같아….

 

눈앞이 암전된다. 깊은 잠의 수렁으로 빠진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은 고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