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아스틴… 생일 축하합니다~!”
휴 로젠 릴리스는 큰 소리로 노래를 끝마쳤다. 초겨울, 11월. 땀도 흘리지 않고 모든 준비를 끝냈으면서 이마를 손으로 훔쳤다. 땀방울도 없으면서, 지극히 자신이 힘든 일을 했다는 증명이었다. 휴는 지극히 뽀송뽀송한 상태였다. 당연하다. 조금만 있으면 밖에 나갔던 아스틴이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었다. 휴의 준비는 완벽했다.
‘생일 축하 노래 연습도 했고, 케이크도! 내가 직접 만들…(물론 옆집 한나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었고, 선물도 준비했고, 두 번째 선물인 고양이 같은 나♡도 준비했고!’
특히 선물이랍시고 준비한 고양이 분장은 실제 고양이가 들으면 경악할 의상이었는데, 고양이 귀 머리띠와 고양이 꼬리…가 달린 애널 플래그, 그리고 고양이 발 모양의 장갑과 신발을 신었을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끝마감이 고양이 귀 모양으로 되어 있는 스타킹도 신었고, 목에는 고양이나 할 법한 방울이 달린 리본으로 된 초커도 했으며, 리본으로 이루어져 툭 건들기만 하면 풀릴 것 같은 얇은 천으로 된 팬티도 입었으니 정확히 말하면… 알몸은 아니었다. 알몸은 아니었지만, 이 꼴로 어디를 돌아다닐 수 없는 건 확실했다. 휴 자신이 자기 몸을 야하다기보다는 예술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더라도 공연음란죄로 잡혀갈 것이다. 물론, 당연히, 99% 확신할 수는 없지만, 휴도 어디 가서 이런 차림을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오직 아스틴을 위해서 준비한 이벤트였으니까.
어쨌든, 휴 릴리스에게는 자부심이 있었다. 선물도 노래도 케이크도 의상도 전부 준비했다는… 그런 자신감이. 한 달 전부터 준비했던 거니까 그야 당연한 거였다. (그는 한 달 전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실수하기 마련이었다.)
“몇 번이고 확인했으니, 정말 괜찮을 거야! 아스틴이 오면 아스틴과 케이크를 나누어 먹고 즐거운 밤을 보내는 거지… 꺅!”
머릿속에서 상상되는 아스틴의 뜨거운 반응(?)에 휴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베베 꼬았다.
그러나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불행히도 그 옆에는 노라가 소리 없이 꼬리를 세우고 지나가고 있었다. 더 불행한 점이 있었다면 휴가 발을 삐끗했다는 것이다.
“앗-?!”
그게 휴 로젠 릴리스가 인간으로서 내뱉은 마지막 단말마였다.
그리고는― 쿠당탕.
암전.
아스틴 밀러는 멋쩍은 표정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휴? 들어가도 돼요?” 라고 해도 안에서 들리는 소리가 없었다. 보통 때라면 걱정했을 것이다. 지금도 걱정이 되긴 했다. 다만, 오늘은 그의 생일이었다. 아닌 척 휴가 생일을 준비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잠깐 나갔다 오라는 휴의 말에 갈 곳도 없으면서 밖에서 3시간 정도를 돌아다녔다. 근처 상점가에서 곧 겨울이니까 휴를 위해 준비한 벙어리 장갑을 샀고, 파이에 들어갈 재료도 샀다. 자신의 생일이지만 분홍색 장미꽃이 들어간 꽃다발도 하나 샀다. 생일 준비를 열심히 한 휴를 위한 선물이었다.
어쨌든 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휴가 준비한… 하나의 서프라이즈일지도 몰랐다. 예컨대 문을 열고 들어가면 휴가 왁 소리를 내며 깜짝 놀라게 하며 준다거나. 저번 생일 때는 마을 사람들을 전부 불러서 즐거운 생일 파티를 하지 않았던가. 비록 지금은 카페를 차리기 위해 뉴욕으로 와 있지만, 이번 생일도 아스틴에게는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어두운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았지만, 집 안에 인기척이라고는 없어서 아스틴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조명이 밝게 켜져 있는 집 안은 누가 봐도 파티 분위기였다. 하지만, 휴가 보이지 않았다.
휴가 어디 갔지? 정말 깜짝 놀래켜 줄 모양인가 봐.
“휴?”
아스틴이 잠깐 휴를 불렀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고양이 노라만이 그의 다리에 비비적대며 냐옹 냐옹 울어댈 뿐이었다. 아스틴이 노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응, 노라. 휴는 어디에 갔니?”
나가기 전에는 안 이랬는데. 노라가 이상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며 아스틴의 곁을 멤돌고 있었다. 휴가 데려온 고양이 노라는 펜팔을 나눌 때도 그랬지만, 도도한 것이 특징으로 아스틴에게 오더라도 잠깐 꼬리를 스치는 정도로만 가까이 왔었다. 또 울 때도 큰 소리로 “냐옹!!”하고 우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애옹” 하고 우는 정도였다.
가끔, 노라가 자기를 만져달라고 굴 때가 있었는데 그 때만이 아스틴이 노라를 만질 수 있을 때였다. 그렇게 만지다가, 노라가 만족하면 더 이상 만지지 말라는 듯이 발톱을 숨긴 앞발로 그만 만지라고 펀치를 했다. 휴는 자주 노라한테 할큄 당했다. 마음대로 노라를 만졌기 때문이었다. (너어- 이 배은망덕한 고양이! 내가 네 주인이었어! 아스틴만 좋아하고 말이야!)
“냐옹!! 냐오오오옹!!”
노라가 답답하다는 듯이 울어 대며 아스틴의 종아리에 숫제 머리를 박아 댔다. 체취를 묻힌다기에는 과격한 몸짓이었다. 아무리 봐도 노라가 조금 이상했다. 아스틴은 울어 대는 노라를 들어 올렸다. 노라는 버둥거리지 않았다. 얌전히 몸을 맡겼다. 이상하다, 원래라면 액체 괴물처럼 흐느적대며 빠져나갔을 텐데.
“야옹. 야오오옹.”
그저 억울하다는 듯이 울며 아스틴에 품에서 발톱을 숨긴 앞발로 아스틴의 가슴을 퍽퍽 쳐 댔다. 조금 빠르게, 그러다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랑한 육구로 폭 폭 폭. 하다가, 이게 아니지! 싶은지 야옹 야웅 하고. 어쩐지 뭔가 이상했지만, 지금은 휴가 먼저였다.
“노라, 무슨 일 있니?” 걱정스러운 말투로 아스틴이 노라에게 속삭이며 거실이며 부엌을 돌아다녔지만, 휴는 없었다. 거실에는 아스틴을 위해 만든 케이크가 있었고 잔뜩 헬륨 풍선과 장식이 되어 있었지만. 휴는 없었다. <생일 축하해 아스틴!>이라고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종이들이 이곳저곳에 깔려 있었다. 저번엔 여러 사람을 불러서 초대했으니 이번 해에는 단둘이서만 보내자는 걸까. 뉴욕으로 올라와 카페를 하면서 친해진 사람도 많았기에 방심할 수 없었다. 어디선가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따라 시끄러운 노라였다. 평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애옹” 하고 우는 것 말고는 화났을 때 “캬오옹” 정도만 하던 노라가, 오늘은 “야웅”, “냐오옹!!” “애우우웅….” “야오옹….” 하고 별의별 소리로 다 울어 댔다.
다른 곳을 다 찾아봤는 데도 없는 걸 보니 휴는 안방에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두 사람의 침실 말이다. 아스틴은 노라를 안아 들고 안방에 들어갔다. 어쩌면 그를 위해 특별한… 옷을 입어 줬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안방에는 잭과 휴가 있었다. 강아지용 방석에 앉아 있던 잭은 아스틴을 보자 킁, 하고 콧방귀를 한 번 뀌었다. 아마도 “왔냐?”하고 반기는 것일 터다.
그리고 휴는…
아스틴은 자신의 예상이 적중한 것에 대해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는 심정이 되었다.
휴는 그를 위해 특별한 옷을 입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입었다.
문제가 있다면…… 입은 옷의 컨셉 플레이를 충실히 하려는 생각인 건지, 휴가 그루밍을 하고 있다는 점 정도?
휴의 혀는 고양이처럼 까끌까끌하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말캉하고, 음, 뜨겁고… 아스틴 밀러 또한 여럿 맛보았고 느꼈던 감촉이니까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휴는 자신의 앞발을 혀로 할짝거렸다가, 제 가짜 귀를 쓸어 넘기는 행동을 흉내를 내고 있었다. 누가 봐도 고양이었다만, 휴는 인간이라는 게 문제였다.
옷은…. 그래, 휴는 팬티와 스타킹(팬티스타킹이 아니다.) 말고는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무릎 꿇고 앉아 있는 휴의 옆 바닥에는, 엉덩이에서부터 꽂혀 있는 꼬리가 움찔거리며 움직이고 있다. 아스틴은 그 도구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 알 것 같아서 얼굴을 붉혔다. 저런 것까지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왜 고양이인 척 하고 있는 걸까?
휴는 연기를 잘 했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아스틴은 휴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 아마 좀 더 고양이인 척 해서 배덕감을 보여 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떠한 퍼포먼스라고 생각했기에, 아스틴은 “휴? 음… 고양아?” 하고 부르면서 다가갔고 휴는 그루밍을 하다 말고 아스틴을 보았다.
말없이, 그리고 눈도 깜빡이지 않고 무표정으로 휴가 아스틴을 쳐다봤다. 웃고 있지 않은 휴는 드물었다. 평소 휴는 고양이…라기에는 너무나 활발했지만, 이렇게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똑바로 뜨고 아스틴을 바라보니 고양이 같은 미인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인상이었다. 차갑고 도도한 느낌. 물론 입고 있는 옷은… 아니 옷은 거의 안 입고 있지만….
휴가 느릿느릿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는…
“애옹.”
작은 목소리로 울면서 아스틴에게 천천히 네 발로 기어 왔다. 기어 오는 바람에 등허리의 곡선이 아주 노골적으로 보였다. 입었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은, 천 쪼가리에 불과한 팬티와 그 끝에서 삐져나와 살랑거리는 꼬리도. 휴는 아스틴을 계속 지긋이 바라보면서. 눈을 천천히 깜빡이고, 고양이처럼 우아한 자세로 아스틴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아스틴을 올려다보는 분홍색 눈동자 아래로 흰자가 보인다. 안광이 언뜻언뜻 보였다가, 사라졌다가… 코끝의 점과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 그 아래의 목선이며 쇄골이며… 음, 젖꼭지까지도 노골적으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은, 영락없는 휴인데도, 어째서인지 아스틴은 미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휴.”
애웅! 어째서인지 노라가 대답했다. 휴는 그저 아스틴을 쳐다보다가, 말없이 눈웃음을 지었을 뿐이다. 고혹적이었다. 그래, 이게 애인의 이벤트라면 맞춰…줘야 하겠지? 다정하고 나지막이 휴를 부른 아스틴이 얼굴을 붉히며 휴를 끌어안았다. 제 가슴팍에 들어온 휴의 체온이 따뜻했다.
“야오오옹!! 야오오옹!!”
옆에서 노라가 왜인지 화가 난 상태로 아스틴의 등을 마구 긁어 댔지만… 아스틴의 눈에는 지금 노라고 잭이고 들어오지 않았다. 노라가 휴가 고양이 흉내를 내서 화가 많이 났나 보다. 조금만 참아 줘, 노라야. 나는… 선물을 받을 셈이니까. 노라 너도 다 컸으니까 이해하지? 심지어 가까이서 보니 휴의 목에는 고양이들이나 할 법한(그렇다고 치기에는 노라도 한 적 없는) 방울 목걸이까지 걸려 있었으니까.
아스틴이 휴에게 입 맞추기도 전에, 휴가 혀를 조그맣게 내밀었다. 아스틴 또한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려 했다. 휴가 아스틴의 입술을 핥아 올리는 그 순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휴가 자신을 위해 준비한 이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려 했던 것이다. 휴가 바로 이어서 콧잔등을 핥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마음이었다.
“자, 잠깐. 휴? 더 핥아주지 않아도 돼요. 이건…. 휴?”
휴는 축축하고 부드러운 혀로 아스틴의 콧등을 쓸어올리듯 핥더니 이마도 핥기 시작했다. 아스틴이 이건 아닌것 같아서 휴를 밀어내려고 하자 아예 팔에 목을 감고 키스 대신 얼굴을 핥아 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뒤의 노라는 계속 야옹 애웅 울어대며 아예 몸통 박치기를 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아스틴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이상한 직감이 떠올랐다.
이거 진짜 휴가 이상해진 거 아닌가.
아스틴이 떠오른 생각을 애써 부정하려고 노력하며 휴의 양어깨를 잡아 자기 얼굴에서 떼어냈다. 혀를 살짝 빼물고 있는 휴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아스틴을 쳐다본다.
“그, 휴. 미안해요. 그런데…그런데 휴가 정말 이상해서. 나를 위해서 생일 선물을 준비한 거면… 고개를 끄덕여 줄래요? 내가 맞춰 줄 테니까….”
휴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냥 고개를 갸웃? 하듯이 옆으로 비스듬이 까딱거렸다. 마치 아스틴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러더니, “애웅.” 하고 작게 말하고 관심이 식었다는 듯 아스틴의 품에서 마치 액체괴물마냥 유연한 움직임으로 빠져나갔다. 아스틴이 잡을 새도 없었다.
바닥에다가 양팔을 쭉 펴고 기지개를 한 번 하더니, 물론 그 유연한 동작은 휴의 지금 옷차림과 결부되어 무척이나 야했지만, 그건 둘째치고 다시 기어서 잭이 있는 자리까지 향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잭이 컹컹 짖어 댔다. 아파트에서는 짖으면 안 되는데, 잭은 유독 노라가 자기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면 저렇게 짖어 댔… 노라? 그제야 아스틴이 제 등을 긁고 있던 노라를 보았다.
“웨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거의 숫제 불만 사항에 가까운 울음소리로 울면서 노라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스틴이 노라를 바라보자 “야웅! 애우웅!! 냐오오옹!!” 하고 울어 대며 펄쩍펄쩍 뛰었다. 아니, 노라가 바닥에서 펄쩍펄쩍 뛴다고? 언제나 유연하고 우아한 자세로 사뿐사뿐 걸어 다니던 노라였다. 아스틴이 다시 고개를 휙 돌려서 휴 쪽을 보았다. 휴는 잭의 조그마한 방석에 낑겨 들어가듯이 앉아 있었다. 잭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컹컹 짖어대면서 휴의 품을 앞발로 밀어내고 있었다.
어쩌면 정말 이상한 생각이지만, 아스틴의 머릿속에서, 정말 기묘하지만, 한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
휴가 노라고 노라가 휴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하는 그런 생각이. 이 모든 것이 휴의 서프라이즈라면 그저 웃어넘기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스틴은 노라를 바라보고 이렇게 물었다.
“휴? 휴인가요? 지금… 휴가 노라 몸에 들어간 거예요?”
그러자, 노라는, 마치 알아들은 것처럼,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노라는 절대 이렇게 훈련시킬 수 없었다. 놀랍게도, 아스틴은 그것으로… 휴와 노라의 몸이(아니면 영혼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달아 버렸다.
노라, 아니, 노라의 몸에 들어간 휴는 침울해 보였다. 노라는 휴의 몸을 차지하고 하품을 한 번 하더니 잭의 방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낮잠에 빠졌지만 말이다. 아스틴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간단한 의사소통으로 휴에게서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휴. 그러면 휴 몸 속에는 노라가… 있는 건가요?”
끄덕끄덕.
“어… 제가 오기 얼마 되지 않았나 보군요.”
끄덕끄덕!!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휴는 알고 있는 게 있나요?”
도리도리…….
“으음…. 괜찮아요, 휴. 우리 일단 방법을 찾아 보죠.”
“냐오오오옹….”
마치 진짜 휴였다면 힝. 하고 시무룩해 하는 것처럼, 노라가 한숨을 푹 쉬더니 몸을 엎드렸다. 그 모습에서 휴가 보이는 것 같았다. 아스틴이 자기도 모르게 노라의…아니! 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히웅 히웅” 하고 울듯이 휴가 울음소리를 냈다.
“설마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 아스틴? 나 무서워…"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진짜 휴였다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울먹거리는 눈망울로 이곳을 쳐다보는 표정이 너무 휴 같아서 아스틴은 안쓰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스틴이 다정한 목소리로 휴의 머리부터 등까지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괜찮을 거예요. 저희한텐 이상한 일이 많이 생겼잖아요. 우리가 배에서 봤던 그 초능력자 사람들을 생각해 봐요. 그런 거겠죠. 정 계속 이 몸이면 제가 어떻게든 휴를 원래대로 돌릴 방법을 찾아 볼게요. 분명 둘이 바뀌었다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도 있을 거예요.”
안심되었는지 휴가 훌쩍이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아스틴의 손바닥에 자기 머리를 부빗거렸다. 진짜 고양이 같아. 으음… 아마 오늘 원래대로의 일정이었다면 이렇게 귀여운 휴보다는 좀 거친 느낌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러니까, 원래의 휴 같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안심시키듯이 휴의 주둥이에? …그러니까 입에 작게 버드키스를 했을 뿐이다. 쪽 소리가 나며 소리가 울렸다.
그런데…
펑!
소리와 함께, 노라가 침대에서 펄쩍 뛰었다. 침대에서 사뿐히 내려간 노라가 뛰어서 사라졌다. 그리고는…
“냐웅…이 아니라 돌아왔어 아스틴! 아스틴! 아스티인~!”
뒤에서 잭의 방석을 차지하고 있던 휴, 의 몸이, 아니 진짜 휴가 와다다 달려와서 뒤에서 아스틴을 끌어안았다. 휴가 온 몸이며 머리를 등에 부벼 대고 있었다.
“흑흑. 진짜 아스틴이잖아. 응, 아스틴, 보고 싶었어. 물론 계속 보고 있었지마안~! 나 고양이가 되어버려서 이대로 큰일 나는 줄 알았단 말이야. 훌쩍, 아니, 노라가 내 몸을 차지하고 나한테 돌려주지도 않는 거 있지? 아스티인~! 아스틴의 생일이라서, 엄청나게 축하해 주려고, 이것저것 준비했는데, 이게 뭐야….”
기뻐서 와락 끌어안았다가, 억울함이 북받쳐 올라오는지 휴가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아스틴이 휴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거렸다.
“응, 휴. 그렇죠…. 나는 괜찮아요. 봐요, 이상한 일이 있었지만, 아직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어요.”
휴가 시계를 봤다. 정말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다시 축하해요. 정말 이상한 일이긴 했지만… 어쨌든 돌아왔으니까요. 네?”
“응. 응, 아스틴. 좋아해, 사랑해, 정말 좋아해, 생일 축하해, 아스틴!”
하고, 휴가 마침내 아스틴의 목을 끌어안아 와락 달려들듯 안겼다. 그리고는 거의 알몸에 가까운 그 상태로 다시금 아스틴의 몸 이곳저곳에 뽀뽀를……
“자, 잠깐, 휴. 저희 축하는.”
“아이-참. 내가 이런 꼴인데 그냥 내버려 두고 케이크나 먹을 거야?”
“그, 그건 아니지만….”
“응, 노라 저 녀석! 감히 아스틴의 얼굴을 핥았겠다… 그럼 난 다른 곳을 고양이처럼 핥아 줘야지♡”
“바로 거기부터, 윽, 휴….”
아스틴이 휴가 준비한 컨셉이 주인님께 봉사해주는 고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건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휴가 슬픔 대신 기쁨에 울게 되는 것도 멀지 않은 이야기 같으니, 두 청춘이 축하를 빌미로 야하게 뒤얽히는 것은 그 아파트 전체가 알게 될 일이다.
아, 뒤바뀐 영혼은 어떻게 다시 돌아왔냐고?
왕자가 마법에 걸린 공주에게 사랑을 담아 키스하면 돌아오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잭과 노라와 함께, 우리는 잠깐 빠져 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