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로 돌아가기
7화: 7화

     

 

 

그렇게 안고 있는 건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죽는 소동이 있었으니까요. 다른 인간형 개체들의 [아무리 이곳저곳 소동이 난다지만, 사람들 한복판에서, 대체 뭐 하는 짓이야…….] 하는 시선을 계속 견디는 건 역시 조금 부끄럽습니다.

 

뒈질 뻔 했잖아, 씨발. 미친 새끼. 아무리 그래도…….”

 

유리는 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어로 욕을 하며 죽은 유리의 몸을 구둣발로 퍽 하고 찼습니다. 그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머리가 날아가서 이젠 똑같다고 말하기도 힘들지만요), 또 다른 자기 자신을 걷어차는 것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머리 없는 시체가 한 번 들썩입니다. 안드로이드들이 웅성거립니다.

 

뭘 봐? 클론이 클론 죽이는 거 처음 봐?”

 

누군가가 신고를 했는지(당연한 일입니다……), 시티 가드 안드로이드가 왔는데도 유리는 당당했습니다.

 

탈주한 클론 처리다. 원본의 명령이야. 뭣하면 원본Original이 증명할 거다. 여기, 빌어먹을 칩이 박혀 있으니까 연락하던가.”

 

라고 말하며, 유리는 자신의 검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툭툭 쳤습니다.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부여잡던 이유가 있었군요.

 

"원본 인간은 클론을 자기 마음대로 죽일 수 있다. 클론 특별법. 확인했습니다."

 

최신 소재로 이루어진 흉흉한 모습의 시티 가드 안드로이드는 유리의 불량한 태도에도 아무렇지 않게 반응했습니다. 스캐너를 가지고 와서 유리의 관자놀이에 있는 칩을 찾아내더니 스캔합니다. 허공에 푸르스름한 빛이 뜨며 유리-1231의 정보가 뜹니다.

정보를 확인한 안드로이드는 스캐너를 통해 유리의― 원본에게 연락합니다. 저는 문득 광고를 떠올렸습니다.

 

이제 당신에게 한계는 없습니다.

―당신의 클론을 조종하세요, 뇌만 남아도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몇 번이고 만들 수 있습니다, 클론.

―당신이 만족하는 인격이 될 때까지, 반복하셔도 추가 비용 제로!

 

제가 멍하니 서서 바라보던 바로 그 광고를요.

뚜르르―…. 아주 작은 연결음이 끊기자마자 시티 가드는 지체하지 않고 물어봅니다.

 

여보세요? 등록명 유리-1231 클론의, ‘원본되십니까?”

[그래. 그 개체는 내 클론이다.]

 

기계음입니다. 동시에 오만한 말투입니다. 그는 이 시티 가드 안드로이드에게 어떠한 존중도 보이고 있지 않았습니다. 시티 가드는 그런 오만한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묻습니다.

 

그렇다면 처분 명령을 내린 것도 사실인가요?”

[그건 내 말을 안 듣고 내 클론이 멋대로 내린 판단인데. 스캔했으니 바로 옆에 그 새끼가 있겠군. 1231. 주인이 조종 중인 걸 알면서도 대갈통을 총으로 부숴 버리는 건 어디서 나온 예의지?]

너한테.”

 

제 옆에 있던 유리가 욕지거리를 중얼거립니다. 동시에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문질러요.

 

그 새끼들을 다 처리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죽이라면 죽일 것이지 뭔 말이 이렇게 많아. 그만 징징대.]

좆같은 새끼.”

[누워서 침 뱉기는. 그 좆같은 새끼가 지금 네 처분을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거든.]

시티 가드는 유리의 입에서 나온 처리라는 단어에 유리를 빤히 쳐다봅니다. 하지만 유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투덜대는 것을 넘어 화가 나는 말투로 따지듯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동안 구른 날 두고, 그새 새로운 놈을 만들어서 움직여? 보아하니 인격도 없어 보이는 이딴…… 몸뚱아리로?”

[솔직히 말해서 죽을 줄 알았거든. 칭찬이라도 바라나? 모조품이면 모조품답게 블리스나 잘 지켜. 그렇게 못 하니까 내가 움직였잖아.]

클론과 원본의 증언, 확인했습니다.”

 

이제 유리와 유리는 러시아어로 싸우기 시작합니다. 러시아어가 되니까 악센트 때문인지 더 서늘한 느낌이에요. 시티 가드 안드로이드는 유리와 유리의 대화를 매우 자연스럽게 무시합니다.

 

확인했으므로 연결 종료합니다.”

 

그리고는 예고도 없이 연결을 끊어 버립니다. 들리는 목소리에 대고 화를 내고 있던 유리는 끊기자마자 분을 참지 못하고 또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는군요.

인파가 흩어집니다. 시티 가드 안드로이드도 다음번에는 공공장소에서 과격하게 클론을 죽이는 행위는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고 언질을 준 다음에 다시 순찰로 돌아갔습니다.

굉장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폭풍처럼 많은 일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긴장되어 있던 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 저는 유리의 옷소매를 살짝 끌어당겨 잡았습니다.

 

……무서웠어?”

 

왜인지 모르게 제 눈치를 보며, 유리는 그렇게 말합니다.

 

제 앞에서 유리와 똑같이 생긴 얼굴이 날아가는데,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네. 무서웠습니다. 유리가 죽었을까 봐요.”

 

예상했던 대답이 아니었던지 유리의 눈동자가 살짝 커집니다. 하지만 저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유리의 머리가 유리처럼 연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그렇게 수박처럼 터져 버릴 줄은 몰랐던 탓이에요.

 

……미안. 내 뇌가 타버리기 전에 그걸 죽여야 해서…….”

 

변명하듯이 유리가 말합니다.

 

일단 가자.”

 

유리의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죽은 유리의 살점이며 피가 묻어서, 저도 조금 씻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을 떼는 제 뒤로 청소용 안드로이드가 죽은 유리의 육체를 치우고 있습니다. 통행을 방해하는 쓰레기로 취급하는 모습에 어쩐지 슬퍼졌습니다.

그날, 유리는 바이크를 조금 천천히 몰았습니다. 덕분에 제가 유리에게 이것저것 묻고 답할 시간도 충분했어요.


유리는 클론인가요?”

……복제인간이라고도 하지.”

유리-1231……. 당신은 1231번째인 거군요.”

그래.”

다른 유리들은 어디 있나요?”

죄다 죽었어. 말해 두는데, 전부 원본 유리가 죽였다.”

?”


저는 당황합니다. 전부 죽었다고요? 그리고 유리가 죽였다고요. 머리가 어질어질합니다. 광고판 아래에 적혀 있는 클론 하나를 만드는 금액은 꽤나 비쌌는데요……. 인간이 휴대 단말기 같은 소모품도 아니고 그래도 되는 건가요? 애초에 휴대 단말기도 1230번이나 쓰면 일반적인 소모품 수준이 아닐 테지만요.

 

왜…… 1230번이나 죽인 건가요?”

일단, 클론은 한 번에 한 명 이상 존재할 수 없으니까. 새로 만들려면 무조건 앞에 만든 놈을 처분해야 하지. 예외는 없어.”

 

유리는 담담한 목소리로 제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분노와 착잡함이 느껴집니다. 아무리 천 명 넘게 복제되었다 하더라도 인간은 로봇과 다릅니다. 자기 자신을 죽이고, 처분하는 것에 저항합니다. 자기 자신을 기계로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유리이기 때문일까요? 유리는 언제나 무언가에 저항하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사랑도, 현실도, 명령도, 죽음도……. 거부하는 겁니다.

그럼 유리는, 원본 유리는……. 1230번이나 클론을 죽인 건가요…….”

오늘 1231번째를 죽이려 했지. 미친 새끼야.”

 

원본― 자기 자신한테 미친 새끼라는 욕을 서슴치 않으면서 유리가 말했습니다.

 

아무리 복제 인간이라 하더라도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는 모양이야? 그 새끼는 앞의 1230명의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 죽이고, 다시 만들고. 이 짓거리를 반복했다고. 미쳐버린 게 틀림없지. 씨발, 뇌뿐이지만 백 년도 넘게 살았으면 이제 슬슬 뒈져 주지 않으려나 했는데.”

 

뇌뿐, 백 년도 넘게.

저는 원본 유리를 상상해 봅니다. 늙고 노쇠한 노인을 떠올렸는데 그것도 아니라 정말 뇌만 남았나 보군요. 그래서 기계음이었나 봅니다.

그에게는 무슨 사정이 있었기에 1230번이나 클론을 만들어 댄 걸까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죽일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렇게 1230번이나 클론을 죽여 댈 정도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이었기에.

 

네가 물어볼 것 같아서 미리 말해두는데. 왜 난 안 죽였는지 몰라. 무슨 시뮬레이션을 돌렸다고 하던데. 미친 새끼.”

 

저는 유리의 허리에 양팔을 감고, 눈을 감고, 그의 등에 기댔습니다. 투덜거리며 말할 때마다 몸통에서 진동이 느껴집니다.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유리는 태어난 지 몇 년이나 된 걸까요? 정말 아이가 맞았군요. 그런 우스운 생각을 한번 해 봅니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원본 유리도, 유리도―제게 있어서 진짜 유리는 유리-1231이니까요― 그리고 죽어간 수많은 유리들도 너무 불쌍해져서요.

 



숙소로 돌아간 뒤에 유리는 밤에는 원본 유리가 이 육체를 썼다는 것을 알려 줬습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밤의 유리는 다른 사람이 맞았던 겁니다.

원래 클론은 그렇게 오래 조종할 수 없다고 해요. 클론의 시야와 청각, 감각 일부 정도를 공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조종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요원본의 인격이 있는데 몸을 움직이게 되면 일종의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고 합니다. 원본, 클론 둘 다 뇌에 부담이 가는 행위라고요. 물론 아예 인격이 없는 몸을 움직이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 더 무리한 행위라고 해요. 인격이 없는 대신 몸을 전부 하나하나 조종해야 하는데, 그 정도로 뇌를 싱크로 하는 것은 일반 칩으로는 부족할뿐더러 여러 가지 위험이 있다고 하네요.

가끔 낮에도 아주 잠깐씩 유리 대신 튀어나와서 몇 마디 정도를 말한 적도 있었습니다만, 아무튼 이런 이유로 유리-1231이 잠드는 밤에서야 원본 유리는 이 몸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겁니다.

설명을 마치고 유리는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오늘은 차지하지 않을 모양이야.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알아 두라는데.”

왜일까요?”

글쎄―…….”

 

유리는 인상을 찌푸리고 잠깐 고민하다 대답을 내놨습니다.

 

아마도 내일 직접 만날 테니 그런 거겠지.”

 

역시, 제가 내일 만날 상대는 원본 유리였던 모양입니다.

밤의 유리를, 원본 유리를 직접…… 만난다면. 저는 무슨 말을 하게 될까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저의 유리는 그날 오랫동안 잠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 그만의 방식으로 여러 이야기를 제게 속삭였어요. 그건 지금까지의 밤의 유리와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이제야 저는 진짜 유리를 밤에 마주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유리-1231, 밤이 되면 조금 더 흥분합니다. 침착한 모습이 조금 벗겨진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말이 많아집니다.

하지만 목소리는 더욱 낮아져서…… 잠긴다는 말이 맞겠네요. 그리고 묘하게 어리광을 부린다고 해야 할까요, 제게 달라붙어서는, 스킨십이 거침없어집니다. 제 머리카락을 좋아하는 건 공통사항인 것 같고요, 말투가 거친 것도 다른 점이었습니다.

밤이 깊어갑니다. 유리가 잠들어야 할텐데요. 유리 눈 밑의 다크서클은 지금껏 밤의 유리가 몸을 차지해서 제대로 된 잠을 잘 수 없어서 생긴 것이었군요. 그런 말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